
나이를 먹는 건 누구나 한다.
하지만 '멋있게' 나이 드는 건 아무나 하지 못한다.
전국의 노인대학과 경로당을 돌며 강의를 하다 보면, 나는 참 다양한 어르신들을 만난다.
매일같이 배움의 자리에 오시는 분들, 동료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분들,
그리고 내 강의에 웃음으로 화답해주는 분들.
그분들의 삶은 책보다 진하고, 말보다 깊다.
오늘은 그분들 속에서 발견한 **‘멋진 시니어들의 공통점’**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유머를 잃지 않는다
어떤 어르신은 매번 나를 보며 말한다.
“아가씨, 또 왔네. 오늘도 우리를 웃길 준비 됐나?”
그 말 한마디에 강의장은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 찬다.
이분은 기억력이 가물가물하다고 하면서도,
“기억력은 좋은데, 기억나는 게 없네”라고 웃으며 말한다.
이런 유머는 단순한 말재간이 아니다.
인생의 아픔과 피로를 품고도 그것을 농담으로 녹여내는 힘이다.
2. 남 탓을 하지 않는다
한 어르신은 예전에는 공장을 운영하시던 분이었다.
사업이 망하고, 빚을 지고, 자녀들 사이에서 멀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분은 담담히 말했다.
“다 내 몫이지.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다 내가 부족했던 거야.”
나는 그 말에서 어른스러움을 보았다.
멋진 시니어들은 인생의 고비를 남 탓하지 않는다.
삶을 껴안는 태도가 그들의 주름진 얼굴보다 단단하고 고왔다.
3.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
하루도 빠짐없이 립스틱을 바르고 오는 할머니가 계셨다.
“내가 나를 안 예뻐하면 누가 해주겠어?” 하시며 웃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또 다른 어르신은 단정한 손글씨로 일기를 매일 쓰신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니까, 내가 나를 붙잡는 거야.”
멋진 사람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챙긴다.
그것이 외모든, 습관이든, 일상이든 간에 말이다.
4. 타인을 먼저 챙긴다
내가 기억하는 어떤 할아버지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셨다.
그런데도 강의가 끝나면 항상 옆 사람 의자를 먼저 챙겨주셨다.
“나는 천천히 가니까 괜찮아.”
그 말에 얼마나 많은 배려가 담겨 있었는지.
또 어떤 분은 강의가 끝나면 항상 작은 간식을 나눠주셨다.
“오늘도 고맙다며 주는 거야.”
그 손길은 말없이 사람을 위로하는 따뜻한 인사였다.
5.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80대 중반의 할아버지께서 내 강의에 질문을 하셨다.
“이건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 건가요?”
그 눈빛엔 생기가 있었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빛난다.
또 한 할머니는 매 수업마다 작은 수첩에 적은 글귀를 내게 보여주셨다.
“이 말, 좋지 않아요? 오늘 강의 듣다 떠올랐어요.”
나는 그 수첩이 마치 보석처럼 느껴졌다.
멋진 시니어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누구나 그렇게 나이 들 수 있지만, 누구나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나는 그분들 속에서 오래된 품격을 배운다.
돈이 없어도, 자식이 곁에 없어도, 몸이 불편해도,
사람은 자기 안에 온기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오늘도 에너지버스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고 달린다.
다음 정류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도, 분명 멋진 한 페이지가 되어주실 것이다.